- 교육칼럼 -
우리 아이는 몇 살 인가요?
김옥경
아이의 나이는 숫자?! 학년?!
얼마 전 엄마들을 대상으로 하는 모임에 참여했습니다. 그림책으로 엄마들의 마음을 나누고 위로하는 자리였어요. 다양한 학년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 일곱 명이 모였습니다. 모두 처음 만나는 자리였기에 자기소개를 하며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엄마들의 모임이라 그런지 첫 번째 사람부터 자연스럽게 ‘몇 학년 아이를 키우고 있는 000입니다’ 로 소개를 했습니다. 제 차례가 되어 소개를 하는데 ‘열일곱 살, 열두 살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고 했더니 몇몇 분께서 “아, 그럼 고1, 초5학년이요?” 이렇게 다시 물으시더라고요.
육아나 교육을 공유하는 모임에서 내 아이의 나이를 학년으로 소개하는 것은 어쩌면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에게 각인되기 쉬운 편한 소개일 수 있습니다. 또한 학년으로 묶인 공교육 시스템으로 인해 그렇게 말하는 게 나도 모르게 학습되어져 왔고, 사회적으로 대중화되었기에 편리하다고 느끼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런 모임뿐 아니라 평소에도 우리 아이들의 나이를 '숫자'보다는 '학년'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가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연령을 기준으로 학년을 나누어 아이들을 교육합니다. 학교에 소속되어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는 것은 한 나라에 속한 국민의 의무이기도 하지만 교육 받을 권리이기도 합니다. 교육 시스템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학년을 나이로 구분하는 것은 다양하게 연구되어 온 발달이론에 근거해 객관적이고 누구에게나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는 공평한 기준이 됩니다. 물론 개인의 사정에 의해 나이에 비해 늦거나 빠른 학년의 교육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많은 부모님이 아이의 나이를 학년으로 소개하는 것을 들을 때 마다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우리 아이는 '6학년'입니다.
아이의 나이를 학년으로 소개하는 것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6학년이면 곧 중학생이네. 무슨 학원 다니나? 사춘기인가?’
이런 생각이 먼저 떠오르지는 않으신지요.
학년을 조금 더 올려 볼까요?
“우리 아이는 고등학교 2학년입니다.” 라고 하면 어떤가요?
‘수능시험이 멀지 않았네. 힘들겠다. 문과인가? 이과인가? 대학은 정했나?’ 등등 학년이 올라 갈수록 그 아이의 다른 면모를 떠올리기 전에 대부분 학습과 진학에 관련된 것들을 자연스레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아이의 나이를 학년으로 들을 때는 통상 그 학년이 해야 하고 배워야 하는 학습과 관련된 것들이 가장 많이 떠오르게 됩니다. 열세 살 아이의 나이가 6학년으로 소개될 때 열세 살 아이의 삶은 학년에만 갇혀 그저 교육시스템이 분류해 놓은 학습을 해야 하는 사람으로 인식되어 질 가능성이 높지요. 중학생, 고등학생은 더더욱 말할 것도 없고요.
또, 학교가 아닌 다른 교육방법을 선택하는 가정의 아이들이나 다양한 이유로 학교에 다니지 않은 아이들은 어느 학년에도 속하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나이를 학년으로 소개하는 건 또 다른 차별이 될 우려가 있습니다.
우리 아이는 '열세 살'입니다.
열세 살이면 얼마큼 자란 나이일까요? 아침에 등교 준비도 스스로 하고 본인의 의지로 친구들과 약속을 잡고, 놀이를 정하죠. 해야 할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어느 정도 구분할 줄 아는 나이고요.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가 중요하고 많아지는 만큼 또래 집단 속에서 여러 가지 사회적 관계를 경험하고 느끼는 때입니다. 자신의 의견을 고집 있게 밀고 나가기도 하고 가족의 일원으로서 몇 가지 일은 손수 도맡아 할 수 있으며 부모님을 도울 수도 있습니다. 잘 먹는 만큼 건강하게 자라는 나이죠.
어떤가요? 우리 아이의 나이를 '열세 살' 이라고 말할 때, 우리 아이는 학습에만 초점이 맞추어지는 것이 아닌 훨씬 더 고유하고 입체적인 사람이 됩니다. 또 학습에 국한된 대화보다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여지를 줍니다.
아이들을 학년에 맞게 키우기보다 나이에 맞게 키우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국어, 영어, 수학 진도보다 아이의 흥미, 친구, 시선에 더 관심 가져 주시고 숙제 다했냐는 말보다 오늘 무엇이 가장 즐거웠는지 혹시 속상한 일은 없었는지 이야기 나누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나이에 맞게 몸과 마음이 먼저 자라고 더불어 지식도 함께 키워 나갈 때 아이가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을 거라 믿습니다.
다시 질문 해보겠습니다.
"우리 아이는 몇 살 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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