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 송 라이터 윤종신을 좋아합니다. 더 자세히 말하면 윤종신이라는 사람의 일을 대하는 태도를 좋아해요. 2010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월간 윤종신’이라는 이름으로 매달 한 곡씩 꾸준하게 앨범을 내고 있는 윤종신은, 어떤 인터뷰에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괜찮은 개인주의자가 되기 위해 평가와 관계에 무뎌지기로 했어요. 가장 좋은 방법은 꾸준한 실행이에요. 무언가를 꾸준히 하면 저에 대한 평가가 ‘잘한다.’, ‘못한다.’에서 ‘쟤 아직도 한대.’ 로 바뀝니다.”
[글모임: 만우]를 통해 한 달에 한 번 글을 발행하며 자주 윤종신이라는 사람의 일의 태도를 떠올렸습니다. 그렇게 꾸준히 쓰고 싶다고 언제든 아직도 쓰는 사람이 되어 있자고 소란한 날들을 붙잡았습니다. 구독자분들이 내어주신 소중한 시간도 ‘아직도 쓰는 사람 김옥경’을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온 마음 다 해 감사드립니다. 올해도 각자의 자리에서 수고 많으셨습니다. 새해에도 우리, “아직도 거기 있었냐.”는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그 자리에서 또 만나요!
박세리
삶의 밀도가 높아졌습니다. 누군가 내 글을 기다리고 있다는 건 설레고 또 설레는 일입니다.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건 또 얼마나 벅찬 일인지요. 세밑에 서서 생각합니다. ‘[글모임: 만우]의 다섯 번째 필진은 독자구나’라고요.
류시화 시인은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한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환영받는다고 느끼고, 자신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준다고 느끼고, 지지받는다고 느끼게 하는 것만큼 위대한 일은 없다. 친절은 상담료를 받지 않는 심리치료이다.”
구독자분들이 주셨던 친절한 관심과 지지 덕분에 만우 메일 구독 서비스 시즌1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만우 필진은 새해에도 여전히 ‘쓰는 사람’으로 어여쁠 예정입니다. “;) 2024년 하반기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동미
연말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수상소감을 더듬더듬 말할 때마다 생각했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이, 열심히 하겠으니 지켜봐 달라는 말이 저렇게 어려운가? 그런데 지금 이 순간, 만우 시즌1을 마무리하는 글을 쓰면서 깨달았습니다. '아! 그 인사와 다짐의 언어는 결코 쉬운 게 아니었구나!!' 저의 오만함을 반성하며 수상소감을 준비하는 입장으로 구독자분들에게 전할 제 마음의 단어들을 조심조심 골라봅니다.
제게 만우는 ‘크리스마스카드’ 같은 시간이었고 경험이었습니다. 요즘 같은 온라인 매체 시대에 진심이 담긴 글로 채워진 카드는 더 큰 감동과 기쁨을 주잖아요? 그렇습니다. 만우 필진으로 활동한 시간은 함께 마음을 모아 글을 쓸 수 있는 인연이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큰 감동이고 기쁨이었어요. 그리고 글이 발행될 때마다 함께 응원해 주고 피드백을 주시는 구독자분들이 있어 6개월 멈추지 않고 레터를 발행할 수 있었습니다. 유독 퍽퍽하고 가팔랐던 2023년, 제 번잡한 삶의 틈바구니에서도 마감의 압박을 견디고 발송 완료의 짜릿함을 선사해 준 만우와 구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는 성경 구절이 있어요. 이 말씀이 2024년 만우의 필적에도 적용되길 기대해 보며, 한 단계 더 야무져지고 단단해질 필진들과 함께 구독자 여러분들에게도 위로와 자람이 있는 새해가 되시길 기도합니다.
최은희
처음 작가의 꿈을 품은 이후로 늘 열등감에 시달렸어요. ‘나 같은 사람이 감히 저 위대한 예술가들의 작품 곁을 차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요. 그러던 중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책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의 한 구절을 보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자신의 바깥을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지 말아야 합니다. 어느 누구도 당신에게 충고를 해주거나 도와줄 수 없습니다. 자기 자신 속으로 파고들어 가서 당신에게 글을 쓰라고 명령을 내리는 그 근거를 찾아보십시오. 조용한 밤중에 이렇게 스스로에게 물어보라는 말입니다. ‘나는 반드시 글을 써야만 하는가?'”
수없이 되물었던 질문에 답을 내릴 수 없었는데 막상 글을 써보니 알 것 같습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쏟아지는 이야기를 막을 수 없겠구나.’
지난 6개월간 썼던 글은 제가 오랫동안 마음속에 간직했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다소 무겁거나 지나치게 진지할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걱정이 앞섭니다. 하지만 제가 타인의 글을 보고 혼자가 아니라 느꼈던 것처럼 단 한 분의 마음에라도 닿았기를 바랍니다. 최선을 다해 썼던 글들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