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고 싶을 땐, 쉬는 걸 선택하기
김옥경
최근에 명상을 시작했다. 뭘 거창하게 하는 건 아니고 하루 중 5~10분 정도 유튜브 명상 채널의 가이드에 따라 조용히 앉아있는 것이다. 나는 꽤 오래전부터 명상에 관심이 있어서 명상원 몇 군데를 기웃거리기도 했었다. 명상도 요가나 필라테스와 같이 수련장에 가서 해야 제대로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상담을 받고 나면 더 망설여 졌다. 요가나 필라테스처럼 갖출 복장이나 작은 매트 하나 필요치 않다고 하니, 오히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가야 할 것 같아 은근히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무의식적으로 줄곧 명상을 의식하고 있었는지, 우연히 지인이 진행하는 명상 모임을 알게 되었고 고민 없이 바로 신청을 했다. 8명의 명상 도반들은 매일 각자의 명상을 핸드폰으로 공유하며 차분하게 서로를 독려하고, 같은 책을 읽은 후 2주에 한 번씩 오프라인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10주간의 단기 모임으로 이제 2주가 남았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중간, 코로나에 걸려 일주일을 호되게 앓았다. 나는 평소 잘 아프지 않는 편인데 한 번씩 심하게 앓고 나면 몸과 마음 둘 다,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밑바닥으로 가라앉는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어쩌면 잘 아프지 않는 게 아닐 수도 있다. 아프면 계획한 일들에 차질이 생길 것을 염려해 미리부터 약을 챙겨 먹는데, 그 습관 때문에 순조롭게 지나가는 척만 했던 것 일수 있겠다. 아니면 속 깊이 차곡차곡 쌓였다가 한번에 크게 앓던지.
며칠씩 열이 나는 몸을 웅크리고 누워있다 보면 이 시간 동안 나만 멈춰있다는 생각에 머릿속으로 할 일들을 헤아려보고 이내 마음이 조급해진다. 반대로 열이 내리면 쉬었던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생각에 영영 일어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몸이 회복이 되어도 마음은 낫는 속도가 더디다.
나는 왜 아플 때도 편안히 쉬지를 못할까. 이건 비단 아플 때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평소에도 깨어있는 동안은 쉬지 않고 늘 무언가를 한다. 주로 일에 관련된 작업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그러는 사이사이 청소기와 세탁기를 돌리고 끼니를 준비하고 아이들을 챙긴다. 이제 좀 쉬어야지 하며 소파에 앉아보기도 하지만 조금 앉아 있다 보면 마음이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그렇다 보니 이제는 가만히 앉아서 쉬는 것 자체가 점점 어색한 일이 되어 버렸다.
그런 내가 최근 명상을 하면서 5분 이상 가만히 앉아있게 되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5분, 10분을 앉아 있어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알아가는 중이다. 가령, 하던 일이 잘 못 되지 않고, 오늘 일정에 큰 차질이 생기지 않고, 청소기를 하루쯤 돌리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그리고 앉거나 눕는 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선택이 나에게는 어려운 일이라는 것도 말이다.
나는 행복해지고 싶어서 앉지도, 눕지도 않고 열심히 사는데 그렇게 사는 동안 행복이라는 걸 만나 본 적이 있나 싶다. 행복이 무엇인지, 과연 행복이라는 게 있긴 한 건지. 그저 열심히 달리면 행복해지는 건 줄 알고 기약 없는 행복을 위해 나를 끝없이 채근해 왔다. 그래서 잠깐 쉴 때, 아플 때조차도 나만 멈춰 있는 것 같은 불안함을 함께 안고 있는 날이 많았다.
이런 내 마음을 대변해 주듯 <열심히 사는 데 왜 행복하지 않지>라는 책 속의 한 구절이 눈에 띄었다.
돌이켜보면 힘든 시기를 겪을 때마다 나 자신에게 모질었다. 정신 차리고 빨리 앞으로 나아가라며 조바심 냈다. 나약함을 용서하지 않고 자신에게 냉정했다. 우울함을 지워 내려 안간힘을 썼고 스스로를 안아주지 않았다.
<열심히 사는데 왜 행복하지 않지 26쪽.>
이 책을 쓴 달숲 작가도 이런 마음이 들 때가 많아 명상을 한다고 한다. 명상을 통해 불안을 직시하고 소란한 마음들도 고요하게 잠재우며 부정적인 감정을 알아차리는 수행을 한다는 것이다. 어디선가 가만히 나와 같은 자세로 눈을 감고 있는 달숲 작가를 떠올려 본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내 마음과 비슷한 글귀들 속에서 몇 번은 만난 사람처럼 느껴진다.
8주간의 명상을 하는 동안 나는 힘든 수행을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저 몇 분간 가만히 앉아있는 것을 연습하고, 앉아있는 동안은 그 순간의 나만 생각하려고 해보는 정도다. 앞으로도 명상을 통해 매일을 열심히 사는 나도 나고, 힘들면 쉬는 나도 나, 아파서 며칠을 앓아누워도 나는 변치 않는 나라는 것을 조금씩 받아들이면 좋겠다. 그저 숨이 차도록 달리기만 하는 나에게 잠시 숨 고르는 시간을 주는 명상의 시간. 10주를 넘어 열 달을 채워 보자고 다짐해 본다.
‘아.. 이제부터 진짜 수행이 시작되는 건가!!’
*이번 주제는 달숲 작가의 에세이 <열심히 사는데 왜 행복하지 않지>를 함께 읽고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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